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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풍경- 임하댐, 버려진 추억 잊혀진 세월

  • 김복영(사진작가)
  • 2021-05-25 오후 2: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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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 무실, 1989년 2월 6일 설날

 

  ▲(ⓒ김복영)               

빈집엔 1960년대 안동농림고등학교 임업과 학생들이 제작한 졸업선물이 남겨져 있다.

현실적인 요즘 고등학생들과 달리 당시엔 ‘낭만’이 최고의 선물이자 우정의 증표였다.

표구한 시, 코팅한 낙엽을 간직했던 학생들은 구르몽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구 정도는 외우고 다녔다.

그중 절개와 기개의 상징인 유치환의 시 ‘바위’가 단연 인기였다.

표구사에서 한껏 꾸민 액자도 미처 챙겨가지 못한 세간살이도 주인 떠난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

 

           임동 무실, 1989년 4월 3일

 

 ▲(ⓒ김복영)               

임동초등학교 졸업앨범과 편지,

쓰다만 메모와 안경이 놓인 작은 책상은

바로 전날도 사람이 살았던 모양으로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임동 중평, 1990년 1월 14일

 

 ▲(ⓒ김복영)             

 

창호가 뜯기고 뼈마디만 남은

문짝 아래 책가방과

1964년 안동중학교 졸업앨범이

마당에 누워 있다.       

 

             임동 중평, 1990년 1월 14일

 

  ▲(ⓒ김복영)             

 

교련 시간에 쓰였던 구급가방에는 길원여고 마크가 찍혀있다.

들것을 들고 구급가방에 붕대를 넣고 실기교육을 받았던 소녀는

지금쯤 50대의 중년이 되었으리라.

미처 챙겨가지 못한 앨범에는 학창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임동 중평, 1990년 1월 14일

 

  ▲(ⓒ김복영)               

 

아파트 집주인 눈치 따위는 볼 필요가 없는 아이는

벽면 가득 그림 솜씨를 뽐냈다.

아기자기한 순정만화 뒤로 슬레이트 지붕과

무너진 담벼락이 보이는 쓸쓸한 풍경이다.

 

             임동 중평, 1990년 1월 14일

 

  ▲(ⓒ김복영)            

 

세월이 간다, 무심히도.

시간은 흐른다, 부서진 시계 너머로.

버려진 추억 너머 세월은

 

그렇게 모든 걸 잊게 만든다.

김복영(사진작가)
2021-05-25 오후 2: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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